까만 하늘이 없어도 딥스카이를 사냥할 수 있다. 2026년 4월 18일 밤, 원주 도심 아파트 옥상에서 80mm 굴절과 130mm 반사로 M44, 목성, M13을 직접 찾아봤다.
그날 밤의 조건 – 솔직히 말하면 별로였다
22시 30분, 세팅 시작.
눈으로 보기엔 구름이 없는 것 같았지만, 경험상 이런 날은 상층에 얇은 구름이 끼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관측 내내 대비(contrast)가 생각보다 약했고, 나중에 돌아보면 그게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광해는 말할 것도 없다. 아파트 조명이 사방에서 올라오는 전형적인 도심 옥상이다.
장비도 풀 세팅은 아니었다.
- 80mm 굴절 (레오파디 계열, 경량)
- 130mm 반사 (Astromaster 130, 초점거리 650mm)
- 아이피스 25mm
- 마운트: CRUX 170HD 하모닉 드라이브 — 단, 플레이트 고정부 고장 상태
마운트 고장 때문에 무거운 장비는 올릴 수 없었다. 경량 구성으로 타협했다.
첫 번째 사냥 – M44 프레세페 성단
M44는 게자리에 있는 산개성단이다. 맨눈으로도 뿌옇게 보일 만큼 밝은 성단이라고 하는데, 도심에서는 그게 잘 안 된다.
처음엔 80mm 굴절로 위치를 찾으려 했는데, 한참 헤맸다. 어둡고 희미한 별무리 패턴을 스타호핑으로 겨우 잡아냈다.
80mm로 본 M44는 솔직히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또렷한 별빛보다는 흐릿한 별흔(星痕) 느낌이 강했다. “이게 맞나?” 싶을 정도.
그래서 130mm 반사로 바꿨다.
확실히 달랐다. 별 하나하나의 분해가 좀 더 또렷해졌고, 성단의 구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찾아냈다”는 느낌은 충분히 왔다. 아래는 실제 촬영하지 못해서 검색해서 참고 자료로 보여 준다. 실제론 저 가운데 별 무리들희미만 희미하게 보였다. 즉 이 사진보다는 감동이 떨어진다.
다음엔 같은 대상을 심야 2~3시대에 다시 보고 싶다. 광해가 조금 덜한 시간대와 비교하면 조건의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사냥 – 목성
남서쪽 고도가 정점을 찍고 낮아지기 시작하는 부위에서 목성을 찾았다.
캐나다 랭리에서 처음 봤을 때만큼의 감동은 아니었다. 도심 배경광이 밝아서, 4개의 달은 확인했지만 줄무늬 같은 세부 구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찾았다”는 순간의 감각은 여전히 좋다. 아는 것과 직접 확인하는 것은 다르다.
목성은 고도가 높아지는 시간대에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가능하면 늦은 밤, 남중(南中) 근처에서.
세 번째 사냥 – M13, 오늘은 실패
M13은 헤라클레스자리의 구상성단이다. 북반구 하늘에서 가장 유명한 구상성단 중 하나인데, 이틀 전 새벽 3시에 Askar 103과 8se로 희미한 솜뭉치 형태로 겨우 확인했던 대상이다.
오늘은 찾지 못했다.
아마도 두 가지가 겹쳤을 것이다.
- 시간대 — 이틀 전은 새벽 3시, 오늘은 밤 23시. M13의 고도와 배경광 밝기가 다르다.
- 상층 구름 — 눈에 잘 안 보이는 얇은 구름이 투명도를 낮췄을 가능성.
실패는 실패다. 하지만 “왜 실패했는지”를 기록해두면 다음 관측의 조건이 된다.
M13은 새벽 시간대, 배경광이 낮은 조건에서 다시 시도한다.
오늘 관측에서 배운 것
장비보다 조건이 먼저다.
80mm와 130mm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변수는 시간대, 고도, 광해, 구름이었다. 이틀 전 새벽 3시의 M13이 오늘 밤 11시보다 훨씬 잘 보였던 건 망원경 차이가 아니라 조건 차이였다.
앞으로 같은 대상을 다른 시간대에 반복 관측하면서 이걸 계속 검증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마운트 플레이트 고정부 나사는 고장이다. 알리에서 산게 내구성이 약해서 무게을 감당하다 보니 나사산이 안에서 뭉개져는 꿈적도 안했다. 플라이어로 잡아 돌리다 보니 나사가 부러졌다. 약 5mm두께의 알루미늄 나사가…
잿빛 하늘에서 별을 찾는 이유
나는 까만 하늘이 아닌 잿빛 하늘에서 딥스카이를 사냥한다.
목적은 예쁜 사진이나 멋진 장면을 소비하는 게 아니다. 찾아내고 발견하는 행위 그 자체다.
지구에서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듯, 별을 통해 내가 지금 우주 안의 어디에 있는지를 감각으로 확인한다. 흐릿한 솜뭉치 하나를 찾아냈을 때, 나는 그 빛이 수만 광년 전에 출발했다는 걸 잠깐 생각한다.
그 순간이 좋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것: 맑은 날 밤 10시 이후, 지금 가진 망원경으로 M44 한 번만 찾아보자. 80mm로도 된다. 찾는 과정이 전부다.
오늘도 우주를 너의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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